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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위에 핀 꽃이 더 향기롭다 201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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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음으로 지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에 태어나 지금 전 세계 16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있는 '어린 왕자'로, 실은 동화도 콩트도 우화도 잠언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아니면서 어린이는 물론 오히려 어른이 더 많이 읽고 소장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비행사로 사하라 사막에 추락해 겪은 고통과 어린 시절 누이동생의 죽음을 일찍 겪으면서 깨달은 인간에 대한 자신의 깊은 성찰의 열매로 쓰여진 것입니다. 
상상으로 어린 왕자를 잉태하고 세상 사람들 가슴 속에 영원히 존재케 했던 사람이 바로 생텍쥐페리였습니다. 



그는 실제로 비행기 조종사로 활동하면서 지구 밖의 세상에 대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별들과 질흙 같은 어둠 속에서 모든 어른들에게 감동과 자성을 촉구하게 한 상상 속의 어린 왕자를 데리고 작가는 지구로 귀환합니다.
우주인들이 본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 그 찬란한 청록색의 검푸른 바다와 누런 대지가 햇살에 비취어 영롱한 빛을 띈 모습을 우리는 여러 매체에서 종종 봅니다. 우리가 서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별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참담하고 참혹한 모습으로 얼룩진 곳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어린왕자가 태어나 잠시 지구별에 머물렀던 그 때와는 이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있고 땅거죽이 곪고 찢어져 있습니다. 모든 일들이 생각 없이 추구했던 부와 돈이면 찢기고 무너진 삶의 터전을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지만 단지 돈만으론 무너져 내린 땅과 구멍 난 가슴을 복구하기엔 불가능해 보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상상으로 잉태하고 가슴으로 낳은 어린왕자로 하여금 거칠고 모진 어른들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권위적이고 높임 받기를 원하는 왕을 통해 끝없이 남에게 군림하려고만 하는 어른들을, 자기를 칭찬하는 말 이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허영쟁이를 통해 위선 속에 사는 어른을, 술을 마신다는 것이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을 통해 허무주의에 빠진 어른을, 우주의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세고 있는 상인을 통해 물질 만능의 표본 같은 어른을...


그리고 1분마다 한 번씩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을 통해 남을 위해 유익한 일은 하고 있으나 기계 문명시대에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 자기 일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는 어른을, 자기 별도 여태껏 탐사해보지 못한 지리학자를 통해 이론 속에서만 사는 행동이 결여된 어른들을 말입니다.


어린왕자는 지구별에서 만난 여우를 만나 세상을 보는 지혜를 배웁니다. 
“간단한 거야.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입니다. 어린왕자를 통해 생텍쥐페리는 위선과 허영 속에 살아가는 어른들을 넌지시 깨우치게 합니다. 어린 왕자는 늙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린 왕자의 본질적 의미인 동시에 존재 이유일 것입니다. 어린 왕자는 영원히 어리고 영원히 변함없는 순수함과 광채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사막의 샘물처럼 되살아날 것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든, 어떤 모습으로 생겼든 그가 간직한 사랑은 소중한 것입니다. 
전쟁 중에 태어난 어린왕자, 그 첫 출판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이 책은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이며 고난 위에 피어난 꽃이 더 향내가 짙고 멀리 퍼져 가는 것임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파리의 길거리 이름에서, 책 읽기에 빠진 메트로의 청년들에게서, 미술관과 미디어센터에서 턱을 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들 속에서 지금도 살아있는 어린왕자를 봅니다.
그들의 상상이 수백 수천의 자동차와 핸드폰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값으로 그들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지금 파리 거리를 거닐면서 발견합니다. 


글․그림: 정택영(화가) great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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